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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축구단 '라커룸 대화' 전격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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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57회 작성일 21-06-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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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전 혹은 하프타임처럼 선수들이 라커룸에 머무는 시간은 팬들에게는 쉬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팬들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 먹거리를 사 오거나 화장실 앞에서 대기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렇다면 그 시간,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은 어떤 시간을 보낼까? 라커룸 경력이라고는 '풋볼 매니저(Football Manager)' 게임 시리즈밖에 없었던 울산시민축구단 미디어팀 기자가 현장을 급습해보았다.


취재 일시 : 2021 K3리그 12라운드 l 2021.06.05(토) vs 파주시민축구단(H)


#경기전 : "세트피스 골 좀 그만 먹어라." - 윤균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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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2시간 전, 선수들은 각자의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그라운드에 출격하기 위한 몸 상태는 모두 갖춰졌다. 이후 북적이는 분위기 속 윤원일 코치가 등장한다.


올 시즌 함께 K3리그로 승격한 '승격 동기' 파주시민축구단은 지난 시즌 울산에 2패를 안긴 천적이었다. 최근 3경기 2무 1패라는 성적에서도 반등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 파주에 설욕까지 성공할 수 있는 완벽한 분위기 반전의 기회였다.


파주의 최근 경기를 분석한 윤원일 코치는 선수들에게 공수 양면으로 수행해 내야 할 역할에 대해 주지시켰다.


"파주는 후방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팀이야. 2선에서 압박할 거면 확실히 하고, 애매하게 할 거면 하지 마. 끌려나가는 순간 그곳은 파주 공간이야. 그리고 파주 선수들이 평균 신장은 큰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세트피스 상황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오늘 우측 날개 공격수로 나오는 32번(이지홍)을 조심해. 보디페인팅이 좋은 선수야. 속으면 안 돼."


선수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영상 자료를 응시했다. 파주의 메인 공격 루트, 세트피스 공격 및 수비 상황 위치 선정 등이 주를 이뤘다.


이후 자리에 앉아있던 윤균상 감독이 일어나 윤원일 코치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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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라인업 : 박태원 / 조예찬-유원종-오민석-노상민 / 김동윤-박진포-윤대원 / 김태훈-김양우-박동휘


포메이션은 4-1-2-3. 지난 천안시축구단 원정 경기와 비교해 다섯 자리에 변화가 생겼다. 조예찬 또한 좌측 수비수로 위치를 옮겼다. 명단을 발표한 윤균상 감독은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자, 다들 주목. 오늘 (김)태훈이가 멀티골을 넣겠다고 약속했어. 원래 오른쪽 윙에 넣으려고 했는데 본인이 왼쪽 윙으로 뛰게 해주면 두 골 넣고 오겠다고 하네. 3도움도 2골으로 쳐줄게. (김)양우는 몇 골 넣고 올래? 1골 1도움? 알겠어. 둘 다 못하면 이적시장에서 보자.(농담)"


이날 김태훈은 다음에 무조건 해내겠다며 약속을 미뤘고, 김양우는 1골 2도움을 뽑아내며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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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윤균상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파주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시작했다.


"우리 지난 시즌 파주한테 두 번 다 졌어. 원정 경기에서는 한 골 내주고, (여)재율이가 동점 만들었는데 경기 종료 직전에 실점했지. 홈 경기 패배는 내 교체 실책이라고 생각해. (정)종희가 먼저 골 넣었는데 종료 직전 내리 두 골 내줬었던 기억이 나."


"이번에는 무조건 이기고 오자. 파주도 파주이지만 오늘 이겨야 주 중 연속경기 일정에 여유가 생겨. (윤)대원이, 오늘 첫 선발 출전이지? 대원이도 그렇지만 (김)동윤이나 오랜만에 나오는 선수들이 잘해줘야 숨통이 트여."


"여건상 경기를 자주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대원이나 동윤이 등등, 이렇게 경기에 뜀으로써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양쪽 윙어들, 태훈이랑 (박)동휘. 볼 뺏겨도 되니까 적극적으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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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윤대원과 김동윤, 박동휘는 3개의 공격포인트(1골 2도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라커룸을 나서기 전 윤균상 감독은 다시 한번 선수들을 불러세웠다.


"아, 맞다. 얘들아. 세트피스 골 좀 그만 먹어라. 우리 올 시즌 세트피스 11실점인가? 그럴 거야. 자, 가자. 힘내자."


하지만 울산은 전반 2분 만에 세트피스 실점을 내주었다고 한다….


#하프타임


다행히도 울산은 윤대원-김양우-오민석의 릴레이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야간경기임에도 워낙 더웠던 날씨라 선수들의 유니폼에서는 땀이 뚝뚝 흘렀다. 모두 시원한 라커룸 속에서 수분과 영양 보충에 나섰다. 바나나를 먹는 선수도 있었다. 바나나는 전체 80% 이상이 탄수화물로 이뤄져 다른 음식에 비해 열량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2배 빠르다.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전반이 끝난 시점 스코어는 3-1. K3리그 승격 후 처음으로 3득점 이상을 올린 경기였다. 하지만 윤균상 감독에게는 보완할 점이 한두 가지 있는 전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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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적극적으로 하라 했잖아. 전반 후반 들어서 많이 나아졌지만 더 도전적으로 해. 너가 계속 흔드니까 상대 수비진도 뒤로 무르잖아. 아까도 말했듯 볼 뺏겨도 돼. 도전하고 또 도전해."


"다들 잘하고 있어. 45분 남았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자. 이제 파주가 어떻게 나오겠어? 라인을 올 릴 거야. 후반 초반 15분을 조심해. 그 사이 골을 내주면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처음에는 전형을 유지했다가 서서히 기어를 올려. 그리고 빈 공간을 노리는 거야."


윤균상 감독 앞에서 다시 한번 정신무장한 선수들은 후반 25분 오민석의 두 번째 골로 4-1 완승을 챙겨오는 데 성공했다.


#경기후


완승 후 라커룸의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라커룸까지 선수들의 모든 과정을 함께한 미디어팀 기자 역시 선수가 된 것처럼 멋진 기분이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함께 뛰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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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윤균상 감독과 윤원일 코치의 선수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 전술 지시 그리고 하나로 뭉친 선수단으로 하여금 '인생수업'도 받은 느낌이었다. 윤균상 감독의 동기부여, 윤원일 코치가 선수 하나하나를 대할 때 보여준 편안함, 원 팀으로서 함께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단까지 기분 좋은 배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제 울산시민축구단은 강호 화성FC를 상대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다. 물론 이뤄 나가고자 하는 모든 일이 순탄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항상 해왔던 것처럼 오늘 지더라도 내일 이기면 된다. 과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윤균상 감독과 선수들 또한 승격 첫 시즌이라는 이유로 안주하지 않고, 정상을 향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공명지조 혼연일체(共命之鳥 渾然一體), 울산은 하나가 돼 고비를 헤쳐 나갈 뿐이다.


[기사 = 울산시민축구단 미디어팀 배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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