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구 좋다] 전반 10분 0-0, 이선일의 축구가 이제부터 시작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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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1,134회 작성일 22-07-14 17:35본문
이야기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안고 산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엮으면 하나의 드라마가 완성된다.
<울시구 좋다>는 “얼씨구 좋다!”에서 착안한 말로 ‘울산시민축구단이 좋다’ 그리고 ‘울산시민축구단으로 흥이 난다’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그려내며 더 많은 이들이 울산시민 선수들과 가까워졌으면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울산시민의 든든한 수문장 이선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이선일은 축구화를 늦게 신은 편이다. “중학생 때 축구를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축구를 일찍 시작한 건 아니다. 또 또래보다 키가 컸다. 그래서 자연스레 골키퍼 장갑을 끼게 됐다”며 축구화 끈을 처음 묶었던 때를 떠올렸다.
이선일이 강점으로 내건 건 킥. 그리고 킥이 강력했던 나머지(?) 지난 2019년 3월 24일 울산시민축구단의 역사적인 창단 첫 리그 경기서 서울유나이티드를 상대로 70m 장거리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이선일은 “골을 넣으려고 찬 건 아니었다(웃음). 우리가 이기고 있어 최대한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공을 멀리 보냈는데 골이 들어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득점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나 킥을 포함해 아직은 더 다듬을 게 많다고. 이선일은 “골키퍼는 골만 잘 막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골만 막는 게 다는 아니더라. 최후방에서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는 만큼 경기 운영 역시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항상 수비 리딩을 강조하신다. 이에 수비수와 계속해 소통하며 경기를 풀어가려고 노력한다. 공중볼 처리 능력도 더 키워나가야 할 것 같다”며 부족한 점들을 풀어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이다. 이선일도 그랬다. “작년에 군대 문제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시즌에 들어갈 때 몸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올라오지 않아 힘들었다. 또 시즌 초반에 긴장도 많이 했는데 실수도 자주 하며 헤맸던 것 같다”며 자신이 겪었던 부침을 이야기했다.
특히 5월 8일 홈에서 열렸던 김해시청축구단과의 경기가 뇌리에 크게 박혔다. “1-4로 대패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홈에서 4골까지 먹은 건 처음일 거다(웃음). 홈에서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고 무기력하게 골을 쉽게 허용했다”며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경기를 짚었다.
그리고 연습만이 살길임을 깨달았다. “돈을 받고 뛰는 선수인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거 2배 이상으로 운동만 했다.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며 훈련의 힘을 느꼈다.

새로운 여정에서 마주한 전환점
이선일에게 2022 하나원큐 FA컵은 빼놓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부산아이파크를 2-0으로 꺾으며 팀 창단 첫 FA컵 16강 진출을 이끌었기 때문. 짜릿한 이변을 연출했다. 이선일은 “부산이 K2리그팀인 만큼 우리가 이길 거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었다. 그런데 전반 시작하고 10분 정도 지나니깐 ‘잘하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그때 그 경기를 돌아봤다.
0-1로 지기는 했지만, 전북현대와의 경기 역시 큰 의미를 지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선일은 K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하나인 구스타보(189cm, FW)의 공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철옹성 거미손임을 증명해낸 것. “전북과의 경기가 앞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어려서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꿈꿔왔던 팀이고 경기장이었다. 경기하는 게 너무나도 즐겁고 재미있었다”며 잊지 못할 순간들을 기억했다.
이어 “구스타보의 공을 막는 순간에는 경기 중이라 그런지 별다른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내가 구스타보의 공을 막았구나!’ 싶더라(웃음). 전북과의 경기 이후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터닝포인트가 됐던 순간을 언급했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
이선일은 축구를 인생의 점이라 표현했다. 점이 없으면 선이 없고 면이 없듯, 그의 인생에도 축구가 빠질 수 없다는 뜻이다. 이선일은 “내 축구 인생은 현재 전반 10분 0-0 상황이다. 군대도 해결했고 이제부터 하나하나 새롭게 도전하고 경험해나가는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항상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한다. “우리 팀 골키퍼 선수들이 모두 라이벌이다. 제일 가까이에서 같이 훈련하는 만큼 다른 선수들이 잘하는 걸 내가 더 잘하고 싶다. 그래서 한 발 더 배우려 노력한다”며 선의의 경쟁 속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우러러보는 본보기 역시 발전의 원천이다. 본보기는 바로 성남FC의 김영광. “어렸을 때부터 김영광 선수를 롤모델로 생각해왔다. 항상 전투적인 플레이를 하신다. 특히 포스 있는 모습을 닮고 싶다. 나도 항상 카리스마 있는 선수였으면 좋겠다”며 롤모델을 따라가려 한다.
이선일의 가장 큰 목표는 35살까지 골키퍼 장갑을 끼는 것. 또 울산시민의 듬직한 골키퍼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를 뛰는 일분일초가 누구보다 값지고 귀중하다.
“축구선수라서 감사한 것들이 참 많다. 이겼을 때는 가슴이 막 벅차오른다. 그리고 질 때는 화가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이런 감정조차 소중하고 감사하다. 선수로 뛰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니깐.”
[기사 = 울산시민축구단 미디어팀 최은주]
[사진 = 울산시민축구단 미디어팀 강민경, 하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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