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제자들에게, 공부하는 스승이 건네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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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724회 작성일 22-09-01 10:33본문
2018년 12월, 닻을 올리며 출발을 알린 울산시민축구단은 창단 첫해부터 K3리그 베이직 우승을 이끌며 파란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이듬해에는 K4리그 준우승을 거두며 리그 승격에 성공. 2021년에는 최종 순위 7위로 K3리그에 무사히 안착했다. 그리고 어느덧 창단 4년 차 9월이 된 지금, 울산시민축구단은 6승 8무 10패로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 넘고 강 건너 기나긴 여정을 펼쳐나가고 있는 윤균상호. 윤균상 감독은 울산 출신으로 울산시민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현대중-울산대-대전시티즌을 거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아온 그는 독특한 수식어의 소유자이기도 한데 그것은 바로 공부하는 지도자다. 윤균상 감독은 울산대학교에서 스포츠생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포츠의학 박사 과정을 수료, 공부의 힘을 알고 있는 감독이다.
“공부를 생각보다 별로 하지 않았다”며 겸손하게 웃어 보인 윤균상 감독은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든 채워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훌륭하신 다른 지도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스포츠생리학과 스포츠의학을 배웠는데 이런 부분들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또 강단에 서서 강의도 하고 있고 지도자 강사로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여러모로 많은 것들이 지도자 생활에 힘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공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훈련 철학도 세웠다. 윤균상 감독은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하루 훈련량을 1시간 30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축구를 해오면서 훈련량이 많으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무작정 생각해왔다. 생리학을 공부하고 여러 정보를 얻으면서 ‘축구는 훈련량과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나만의 철학이 생겼다”며 소신을 밝혔다.
양만큼이나 중요한 게 질이다. 윤균상 감독도 공감했다. “3~4시간 훈련하는 것보다 특정 시간에 바짝 집중해 폭발적으로 훈련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우리 팀은 GPS 데이터를 분석해 월요일에는 어떤 운동을 하고 화요일에는 무엇을 할지 등 우리 팀에 맞는 훈련을 체계화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의 철학이 정답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축적해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밀고 나가고 싶은 나의 원칙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윤균상 감독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원동력, 공부와의 인연을 계속해 이어가는 힘은 무엇일까. 윤균상 감독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많이 느낀다. 또 축구가 전 세계적인 스포츠이고 유행에 민감한 스포츠이다. 요즘은 팬들이나 선수들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심지어 공유도 더 잘한다. 그래서 내가 뒤떨어지면 선수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나의 지도도 더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내가 항상 노력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렇기에 항상 손을 바삐 쓰려한다. 윤균상 감독은 메모하는 지도자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항상 수첩을 꺼내 펜을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메모하는 버릇을 들였다. 신경 써야 할 상대 팀 주요 선수나 상대의 공격 루트를 기록하고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간단하게 메모한다. 그리고 이를 정리해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기 중에는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경기 중에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을 메모로 잘 정리해두니깐 경기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메모의 힘을 체감하고 있다.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윤균상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말은 ‘축구만 하라’는 것이었다. 일어나서 축구하고 밥 먹고 축구하는 삶이었다. 축구에만 매달려서 우리가 손흥민 같은 선수로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현실은 냉정했다. 윤균상 감독은 “얼마 전에 한 통계 자료를 봤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했던 사람 중에 프로에 가는 확률이 채 1%도 되지 않더라. 그러면 나머지 99%는 무엇을 하는가. 제자들이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하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걸 자주 봤다. 나도 그랬다. 나도 축구를 통한 일이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도 항상 고민한다”며 속내를 털어냈다.
축구공을 차지 못한다고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니깐. “선수 생활은 언젠가는 끝난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에게 축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축구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지도자이든 행정가이든 항상 다음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우리 팀이 훈련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이자 합숙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은 시간은 다른 부분들을 고민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데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근래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한마디가 있다고. 윤균상 감독은 “최근에 선수들에게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강조한 만큼 효과가 없는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자라왔다. 도전적인 축구를 하지 못하며 컸다. 그러나 실패해야만 성공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도전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괜찮으니 실수도 해가면서 커나갔으면 좋겠다”며 애정 어린 쓴소리를 건넸다.
꿈을 그리면 이상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윤균상 감독이 울산시민에서 그리는 청사진은 무엇일까.
윤균상 감독은 “우리 팀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선수를 구성하는데 막막함도 컸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창단 첫해에 빠르게 우승을 맛봤고 두 번째 시즌에는 준우승을 이뤄냈다. K3리그에 온 첫해에도 중상위권의 성적을 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울산시민의 과거부터 돌아봤다.
덧붙여 “이 과정에서 울산시민에 자부심이 생기고 책임감이 커진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선수 중에서 나를 대신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울산축구의 발전을 위해 더 좋은 지도자가 배출되었으면 좋겠다”며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의 탄생을 바라고 있다.
그렇기에 이루고 싶은 목표도 더욱 선명하다. 윤균상 감독은 “수원FC와 수원삼성 간의 지역 더비가 있는 것처럼 우리 팀이 더 성장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최종적으로 울산 현대와 승부를 겨뤄볼 수 있는 팀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K리그2 이상의 팀으로 울산시민을 키워나가는 게 최종 목표”라며 먼 듯 가까워진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기사 = 울산시민축구단 미디어팀 최은주]
[사진 = 울산시민축구단 미디어팀 강민경, 하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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